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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sns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아 마침내 드라마까지 제작된 '며느라기'라는 드라마를 휴일을 맞아 풀버전으로 시청해보았다.
나는 원래 이런류의 드라마나 만화등을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면 현실이 지극히 반영된 내용들을 보고있노라면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만화나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게 인간의 소소한 욕망이라면 욕망인 것인데 그 소소한 욕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오늘 공개된 며느라기 8화는 대충 동영상 제목만봐도 무슨 내용일지는 짐작하고 남았지만 동영상밑에 댓글창이 결혼한 유부녀들의 욕으로 가득차 있길래 한번 시청해보았다. 그런데 정말 현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일이라서 감상하는 내내 무척이나 허탈감이 몰려왔다.
참고로 나는 페미니스트랑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이다.
# 명절때마다 현저히 높아진다는 부부간의 이혼율 그 원인은?
8화에서는 명절을 맞은 며느리 '민사린'과 남편 '무구영'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며느리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날이 명절이라면 남자들은 이해가 될까? 언젠가 남자들이 많은 인터넷상 남초까페에서 이런글을 본적이 있다. 본인들의 어머니 세대라면 모를까 요즘세대에는 여자들의 '명절증후군'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명절음식을 만드는 것을 맨날 하는것도 아니고 1년에 한두번 하는일을 뭐그리 힘들어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는데 본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를 본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정작 당사자들은 이해를 못하는것 같아서 이야기 해주는건데 본인들은 굳이 따지자면 한국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는
일종의 '기득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권력은 이 드라마에서 아주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
그럼 기득권자로서 누린 특혜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 드라마를 빗대서 몇가지를 이야기 해볼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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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댁에 간 며느리 민사린이 남편 무구영에게 명절음식및 약간의 주방일을 시키자 시어머니는 니가 그걸 어떻게 하냐며 단칼에 저지한다. ==>그 장면을 시청하는데 단칼에 어떻게 하긴요? 그냥 하면 되죠. 갑자기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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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안식구중 다큰 남자 아이가 장국을 리필하고자 부엌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시어머니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며 조선시대에서나 걸맞은 대사를 친다. 그러면서 장국을 새로뜨는 민사린의 등 뒤에서 요즘시대는 '남녀평등의 시대'인데 남자가 혼자서 어떻게 돈을 버냐면서 같이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어머니가 '남녀평등의 시대'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막말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본인의 아들및 집안의 남자들을 부엌에도 못들어가게 하는 시어머니께서 '남녀평등의 시대'를 운운한다는게 진짜 막말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인것이다. 시어머니가 말하고 싶은 '남녀평등은' 말 그대로 '남녀평등'이 아닌 '본인아들에게 유리한제도만을 가져가고 싶기에 남녀평등을 말한것이다. 본인아들이 혼자 일하는것은 힘들기 때문에 '현대식'으로 며느리가 같이 일해서 가정의 경제를 같이 책임지게하되 본인아들이 집안의 가사분담을 하는것은 또 싫기때문에 '전통식 (가부장적인 방식) '으로 하고 싶은 이기심의 발현이다.
한마디로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하고싶고, 불리한 것은 하고 싶지 않기에 거창하게 남녀평등이라는 말로 포장한 시어머니의 의도를 바보가 아니면 누구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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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민사린과 무구영이 처가에 가겠다면서 시어머니께 말씀드리자, 시어머니는 딸과 사위가 왔으니 더 있다가 가라고 하면서 처가에 가겠다는 둘을 타박한다. 본인의 딸이 친정에 온것처럼 민사린역시 본인의 친정에 가야하는게 당연한것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상한 대사를 치기 시작한다.
"얘 너 앞으로 이럴꺼면 앞으로는 처가먼저 다녀와. 전주에. 명절 한주전에 다녀오면 되잖아"
당황해 하는 민사린과 무구영. 분명 며느리도 딸이기에 친정에 가는게 맞는건데 시어머니는 왜 불만인것일까? 며느리가 친정가는게 불만이면 본인딸도 친정에 못오게 해야하는게 맞는건데 본인 딸은 보고싶어하면서 며느리는 친정가는게 싫은 시어머니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시어머니가 말한 남녀평등의 시대에 왜 며느리가 친정가는걸로 시댁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것인지 알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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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말미에 시댁과 처가에 다녀온 민사린과 무구영의 대조적인 모습이 나온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에 쩔은 민사린과 쌩쌩한 무구영. 그와중에 시어머니는 무구영에게 전화를 걸어 시댁으로 건너와서 밥먹으라며 안그래도 피곤한 민사린의 염장을 지른다.
어차피 저녁밥 먹을거니까 시댁으로 와서 밥먹으라는 시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 눈치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무구영은 결국 민사린에게 타박을 듣게 된다. 안그래도 피곤한데 시댁가면 쉬지 못하고 또 식구들의 밥을 차리며 노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불만을 토하는 민사린을 무구영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본인은 가면 일은 안하고 말그대로 쉬고만 오면 되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본인이 편하기 때문에 불편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이다. 불편한 사람의 고충은 같이 불편한 사람만이 이해할수 있지 편한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위에서 말한 세가지 외에도 명절을 맞아 시댁에서 하루종일 무급으로 공짜노동력을 제공하며 집안일을 하느라 분주한 집안 여자들과, 그 모습에 대조되는 남자들의 세상편하게 쉬는 모습들은 지금이 2021년지 조선시대인지 분간을 할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를 보며 아직도 이런 시댁이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며 본인들이 불합리함을 겪지 않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말할수 있는 것이다.
그럼 며느리 가 이런 불합리함을 겪지 않으려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또 다른 며느라기인 '장남의 며느리 민사린의 형님'처럼 하면 된다 명절이되도 시댁에 방문하지 않고 불만을 당하게 어필하는 첫째며느리가 가장 현명한 며느리 라고 볼수 있다.